기밤자 외전 <고전재생목록>을 통해 보는
사랑—로맨스의 정의와 재해석
벨레의 친구로 등장한 빅토르. 아델을 짝사랑하고 있다.
만화에서 주인공을 향한 짝사랑은 자주 나오는 클리셰고 모두 그러려니 했겠지만.


그럼 이 만화에서 빅토르가 가진 마음이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그 사랑인지 알아보는 이야기.

이래서 아델을 그렇게 좋아했구나! 라는 깨달음의 장면.
눈 오는 한겨울 새벽에 얇은 옷만 걸친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나타나, 목숨을 살려주는 사람.
극적으로 도형화된 배경등에서 알 수 있듯이 빅토르는 이미 환각을 보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입을 모아, 이 정도 경험을 했으면 안 좋아할 수 없지, 라는 감상인 것 같다.
전달은 잘 되었던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더욱이 이런 몇 가지 장면들의 연결점으로 보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아무튼
빅토르는 이 때의 경험에 강한 자극을 받고 오페라 <뷔탈로스>의 곡을 쓴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빅토르는 에페미의 목소리를 평소에 아주 좋아했고 이건 정말 거짓말이 아니다.


하지만 왜인지 '100%는 아니야...' 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
그 이유는 곡을 고쳤기 때문이었는데...

본편에서나, 외전에서 잠깐 보이는 모습으로나 에페미와 아델의 캐릭터성은 전혀 닮은 구석이 없다.
비록 둘 다 뷔탈로스라는 신성에 대한 키워드에 엮여 있긴 하지만
사샤를 포함한 다른 인물들의 평가를 제외하더라도
이미 빅토르 시점에서 그들은 매우 다른 인물상이었던 것.

에페미의 목소리가 드뷔시의 <달빛>과 함께 제안된 것에서 충분히 낭만주의적이라는 걸 추론한다면,
메타적으로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넘어간 클래식 사조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고,
고전주의 음악들이 가지는 규칙성과 명쾌함을 아델에게 비유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개인적으로는 고전주의가 좀 더 웅장하고 곡과 곡의 구분이 확실하며, 한 곡 한 곡이 가지는 무게감에서 낭만주의보다 좀 더 무겁게 느껴졌다.
물론 빅토르가 아델의 살해 현장을 목격할 당시 인용한 음악은 드보르작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로, 후기 낭만주의 음악입니다만.
빅토르가 주인공으로 세우고 그의 음악을 통해 묘사하고 싶었던 인물은 누가 봐도 아델이다.
그러나 과연 빅토르가 이런 경험 없이 아델을 만났다고 했을 때,
그에게 끌리는 것이 가능할까?

미리 말하지만 아델은 선명한 이목구비와 귀여운 키, 부드러운 선 때문에 상당히 인기도 많고 미인으로 통한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토르에게 있어 아델의 첫인상은... 기억도 안나는 사람이다.



또한 같은 학교를 다니는 동갑내기 친구 벨레와 사춘기를 보낸 방식이 다를 뿐만 아니라

(세계관 내 일부의 견해긴 하지만)전혀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을 보인다.
사실 타인에게 대단히 끌림을 못 느끼는 유형의 인물이란 것...(이 만화에선 이런 인물이 그닥 놀랍지 않다)
뭐 그럴 수는 있는데 ...

1층의 좋은 자리를 받을 기회가 있음에도 2층을 선택하는 빅토르.
가수와 무대를 보는 것이 제법 중요한 오페라에 웬 2층?
하지만 오케스트라 즉,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듣기엔 그 자리가 더 좋다고 느끼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2층을 선택하는 빅토르.
지금 보통의 사람들이 어디에 관심을 가지는지 모른다 이 자식... 오로지 음악이야.

답지 않게 화까지 내는 모습.

이어지는 행동은 이 아저씨의 조언을 들은 후에도 이상하다.

아델을 자신의 근처 자리(무대에 가까운) 곳으로 데려오는 것이 아닌
"내가 거기로 갈 수 없다(반드시 2층이어야 한다)"는 말 등에서 고집이 느껴진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헤어져, 익숙하지 못한 타지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과 지내는 성장기 중.
음악만이 그에게 있어 유일한 위로였을 것이다.

이어지는 해석글에서도 작성하겠지만
아마 고향도 어린 그에게 안식처일 수는 없었음.
여튼 그런 빅토르에게 있어서 음악은 그가 존재할 이유이면서, 그의 안식이고, 그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결국 아델과의 관계에서 무엇이 중하냐? 그에겐 뮤즈가 자신의 음악을 들어주는 것만이 중요하다.
알아주길 바라고, 이해해 주길 바라고 이런 모습들은 어쩌면 로맨스고, 어쩌면 사랑이고, 어쩌면 끌림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일반적인 방식으로 작동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