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돌아온 개뚱뚱 해석글....또는
이런 장면 좋아했어, 제발 알아줘.라는 관종 포스트 작성의 날.
3-4권으로 나름의 결말을 맞이한 만큼,
기도와 아리아 이야기를 비롯해 기밤자의 매 페이지는 어떤 의도로 그려졌는가를 알아보는 이야기.
주제는 만화 구성과 주인공들 간의 갈등이다.
상당히 긴 이야기가 되겠지만. 가보자고.
만화는 다 읽으신 것으로 간주합니다. 스포일러라는 뜻.
만화 구성
1. 세계와 주제
1~4권을 그려오며 부족한 면이 있긴 했지만 나름 만화를 설명하기 위해 고심 했었는데,
추리 미스터리 장르는 원래 쉽지 않고, 특히 기밤자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설정의 판타지 세계관을 설명해야 했다.
굉장히 전형적인 클래식 판타지 파티 구성을 따르면서도 이 세계관은 중세보다는 근현대 어딘가,
즉 과학과 의학이 폭발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할 시점으로 마법의 위상은 약화되기 시작하고,
심지어 이곳에서 주인공 사냥꾼들의 활동은 밀도 높은 도심과 행정 시스템으로 인해 제약이 크며,
이야기가 1) 문제 제시. 2) 적과의 조우. 2) 폭력으로 해결. 이란 형식을 따를 수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답답하다.
더욱이 주요 주인공 중 하나인 리츠 오스카는 어떤 특출한 전투 능력도 갖추지 못한 일반인 의사.
판타지에서 가장 통쾌한 구석이라고 생각되는 타자를 향한 폭력을 원천 봉쇄했다. (ww)
이 사실을 설명하고, 이 세계의 문제들을 폭력이 아닌 추리와 논리로 해결하겠다는 만화의 주제를 제시하며 1권을 시작하려 했다.


리츠가 마을주민 NPC나 리스항구 달팽이 수준의 신체 능력을 가지고도 클래식 판타지 파티의 주인공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 망자화라는 세계관의 가장 큰 문제, 한편 저주로 느껴지는 것을
병으로 정의하며 정복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병으로 정의하는 대사는 이 판타지 세계관이 미신과 환상을 깨고 과학과 의학으로 전환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이야기 자체는 허술했다고 생각하지만 나름 1권에 담아야 할 내용은 담았다 생각한다.
이어지는 2권에서는
여러 등장인물 유형을 보이고 이것이 클래식 판타지의 문법을 차용했음을,
그리고 의협과 사냥꾼 및 경찰 파벌을 포함해,
세계관의 사회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했다.
계급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한다...


특히 중점으로 표현한 사항은 캐릭터들이 거짓말과 배신을 서슴치 않으며, 호불호가 다양한 관계 안에 있고,
독자의 아군, 즉 주인공이라 한들 언제나 선하고 이상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보이고자 했다.
벨레는 자신이 속한 그룹에 우호적인 상대를 불편해 하고,
마리는 본능적으로 같은 주인공인 리츠에게도 불만을 표한다.
리츠는 나머지를 아무도 믿지 않고 거짓말과 시험을 일삼는다.
반면 아델은 나쁜 짓을 저지른 친구 세바스티앙을 완전히 미워하지 못하고 있다.
만화에서 인물이 가지는 복잡한 감정과 다면적인 관점, 관계성을 중요히 생각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2. 결국 본격적인 도입
앞선 두 권에서 이 세계가 어떤 형태이고, 누가 어떤 문제를 왜,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는지
충분히 소개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3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쓸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3권의 도입 페이지는 앞서 제시된 문제–망자화–가 내버려 두고 무시하기엔 점점 심화되고 있음을 드러내며 시작한다.
이 만화에서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세계관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잡아가기 시작한 시점으로 시간과 공간 묘사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곧 이 이야기의 언제, 어디서를 정해 이야기의 육하원칙을 채워넣었다.
이때부터 캐릭터들은 대사에 특정 장소와 시간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포함하여 말할 수 있게 됐다.
그 전까진 자기들이 어디로 가는지 몰랐을 거야...
다만 날 미치게 했던 건... 내가 이야기를 너무 길게 썼기 때문에
4권을 완성하지 못하면 기밤자는 통채로 도루묵이라는 사실이었다.
마감을 할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된 25년 11월 2일까지 나는 2년을 넘는 불안감에...
하지만 뭐 어때, 완성했으니 즐겨~
3. 추리와 암시
모든 이야기는 ... 내 미숙함 탓에 다소 중구난방으로 느껴지지만
대강 이러한 구조를 따른다. 추리 소설의 맥박이다.
| 새로운 등장인물 (의뢰인) | 사건 제시 | 단서 수집 | 추리와 반전 | 해결과 요약 정리 |
뻔하죠.
도입부터 단서 수집 파트까지 진범을 추측할 수 있을 만한
인과관계에 기반한 단서와 심정적인 암시를 배치한다.
때로 단서는 직접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추리 파트에서 제시된 탐정의 행동과 논리를 뒷받침 해줄 재료가 포함되는 식이다.
추리 목표는 범인과 그의 동기를 알아내는 것으로 한정된다.
트릭은 이 만화에서 사용되는 기믹이 아니다.
범인들은 제법 단순하게 범죄를 저지르지만
사회적 상황, 주인공들의 한계, 세계의 대전제 같은 많은 제약이 장애물이 되어
이를 재치있게 풀어나가는 것을 재미로 의도했다.
아직 영 엉성하지만...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기밤자>에서 탐정은 리츠만이 아니다.
안식처 네 명을 모두 각자 다른 스타일의 탐정으로 의도했으니,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보여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기도와 아리아
3, 4의 추리, 단서와 암시
3-4권에서 의뢰(제시된)받은 사건은 사라진 사샤를 찾기,

그리고 만화의 대 전제, 망자화 해결이 있다.
망자화 해결 문제는 여전히 등장인물, 사건 제시, 단서 수집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이를 매 에피소드에서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이야기의 가장 큰 프레임에서 동작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글에서는 사샤 이야기를 중점으로한다.
사샤 사건의 3, 4의 단서 수집 파트는 딱 이장면 까지.

제법 길다. 3권을 포함하면 총 202페이지의 분량을 투자한 엄청난 분량이 돼 버렸다.
이는 다른 이유가 있는데 여기서 말할 이야기는 아니고.
1. 등장인물 소개
일단 추리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범인은 반드시 등장인물이 나올 때 소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를 멋대로 해결한다고 느껴졌다.
3, 4권의 새로운 등장인물은...역시 빅토르와 마데라시카...


뿐일까?
사실은 생각보다 많은데.

대사로만 언급된 가수들과 프랑 구로라는 이름.

친구들의 후원자 파에비 부인

의사 과누와 환자 등이 있었다.
물론 대사로만 언급된 캐릭터나, 4권에서야 등장한 과누는 범인의 역할이어선 안된다.
때문에 범인은 빅토르 아니면 마데라시카다.
이미 다 풀린 이야기군.
여담인데,
3권만을 그렸을 때 친구들에게 누가 사샤를 해친 범인이고 동기가 무엇인 것 같으냐 물은 적이 있었다.
그때 모두가 다른 사람을 지목하고 색다른 동기를 이야기 해줬다.
전부 흥미로운 소재라는 생각이 들어 웃었다.
같은 만화를 보아도 모두 읽은 내용과 생각이 다르다.
2. 범인을 알고보는 단서와 암시
우선 몰래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며, 자기 고양이도 아닌 고양이를 주워가던 마데라시카.

이미 충분히 수상하다고 생각하지만,
4권의 고양이를 잃어버린 사샤의 상황까지 연결된다.

물론 고양이를 잡는다고 사샤를 해친 범인이라고 말할 수 없고 이는 암시에 가깝다.
아래 부터는 간단한 캡션만 덧붙인다.

모두가 싫어하는 안식처 사냥꾼.


또 배타적인 사제 파벌로 인한 안식처와 경찰 수사의 제약 사항.


그러나 그 일원 벨레를 향한 이상하리만치 우호적인 인기 가수의 관심.

운하와 하수도를 통한 잦은 괴물의 출현.

밤중에도 표적을 정확히 맞히는 사샤의 시야와

비슷한 시야를 가지고 있는 리츠만이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지하 동굴.

뷔탈로스 역을 맡은 적이 별로 없지만, 프랑을 대신하게 된 마데라시카.

사샤의 '이전 가수'에 대한 말로 이어지는 프랑의 공백.

그림자 진 마데라시카의 포스터.

마데라시카의 등장과 악보의 인용. 이후 망자의 정체가 전 뷔탈로스역 가수 프랑이라는 점과 이어진다.

고수가 들어간 냄새가 좋은 식사와 함께 카드게임을 하는 헤이즈.

많이 등장하는 초와 고양이가 그려진 소원 종이.


이는 사샤 곁의 고양이로 이어지며 그의 행방을 뒷받침.


또 리츠의 추리씬으로 이어지며, 리츠가 안식처 사냥꾼들의 행적을 추측하고,
헤이즈가 안식처를 지지하는 것에 정당성 부여.

마데라시카의 신앙에 대한 신실한 마음.

알 수 없는 요소로 인해 강 상류와 하류 사이 사원을 기점으로 변화하는 망자의 동향.

신도 중에서도 일부만이 알 수 있었던 사실.

우측 그림자에 숨은 거대한 괴물과 회랑.

회랑에서 사색하던 벨레의 뒤로 쏟아지는 폭포 소리.

망자화의 긍정적 면을 언급하려던 마데라시카.

다른 누군가 (즉, 마데라시카)가 범인이라는 암시.


망자의 등장에 나타나는 악보의 인용, 이전 가수 프랑에 대한 암시.
앞서 따갑다는 대사 이후 바느질 자국이 있고 눈이 없는 괴물.


앞서 의상을 직접 제작하는 마데라시카가 바늘을 써 왔다는 대사와 함께,
그의 적극적인 관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암시.

마데라시카의 대사를 반복해 말하며 그의 등장을 예지.

사제들도 사용하는 마약성 진통제, 졸음이 온다.
이러한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진통제로 의한 의식 없음과 혈액 적출에 대한 이야기.

앞서 벨레가 마데라시카와 함께 걸었던 복도가 이어지는 소기도실과 관찰 가능한 폭포에서 리츠가 보이는 관심.
그 배경에 보이는 탑.

그 배경의 높은 탑을 관찰하며 관심 보이는 리츠.

길에서 이어지는 폭포.


쉽게 흐르는 촛농과 광원이 없는 배경.

뇌수탑 아래 치료소로 연결된 동굴.

사제들이 치료소에 자주 오지 않음. 곧 뇌수탑을 잘 찾지 않음.


모두 왼쪽 눈을 감거나 가린 표지 이미지


이어지는 눈과 홍채를 닮은 배경들
대략 여기까지...
물론 제시된 범인 후보도 둘 뿐이었고, 빅토르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마데라시카를 집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므로,
단서와 암시가 이야기의 허술함을 채울 만큼 충분하지는 못했다 해도 애쓰긴 했다고 쓰고 싶다.
3. 또 다른 추리
물론 이건 주요 사건 플롯에 한정한 이야기다.
사실 <기밤자>에서 추리,... 또는 숨은 그림 찾기 기믹은 한가지 더 있는데,
캐릭터들의 감정과 의도, 그들 사이의 관계나 과거 사건의 진상을 추측하는 것이다.
만화는 의도적으로 모든 생각 말풍선이 배제되었고, 의태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주요 사건 제시를 제외하고는 상황에 대해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해석의 여지를 만들 수 있도록 가능한 캐릭터의 자세, 대사, 그들의 시선을 그리는 것과
시간에 따른 환경 변화, 공간의 구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예컨대 서브 플롯으로는 사샤의 잃어버린 고양이 심바의 여정 같은 것이 있는데,
이 플롯을 따르는 데에는 만화에 그려진 고양이들의 무늬를 꼼꼼히 보아야 한단 우스꽝스러운 조건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요소 때문에 만화가 많이 산만하고, 보기 불편한 것이 단점이지만...
그만큼 어떤 컷과 페이지를 봐도 모두 의미를 가지고 삽입된 장면들이니 거기서 다양한 해석을 만드는 재미가 느껴진다면 좋겠다.
웃긴 소리지만, 나도 내가 그려놓고 이 장면은 이렇게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새 이야기를 멋대로 만든다.
때로 이런 것들이 다음 이야기의 재료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아무튼 만화를 구성한 방식과 주요 사건 플롯에 대한 해석으로 시작하는 첫번째 뚱뚱글 완료.
작성에 일곱 시간이나 걸렸다...
다음에는 좀 덜 피곤하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