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서 유를 창조 같은 이야기는
어째서 그런 말이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헛소리고
저는 그냥 이때까지 먹고 맛있었던 것을
잘 소화한 뒤에 배출한 것에 가까우니,
후기에도 작성했었지만, 여기 가득한 레퍼런스, 더하여 제 만와가 마음에 드셨다면
다음과 같은 작품도 봐주십사... 하는 소심한 영업글.
나열 순서는 반영된 무게
아리아
3/4 부터 시작하기
1. 《 리지아 》, 애드거 앨런 포

사랑하는 아내, 리지아를 잃은 주인공에게 일어난 기묘한 일을 묘사했습니다.
리지아가 떠나고 나서야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음을, 알아채는 주인공...
조금 다른 얘기지만 미스터리하고 정체모를 여자는 늘 매력적인 것 같아요.

작중 정복자 벌레라는 시가 나오는데 원제는 Conquerer worm 입니다.
번역본은 안타깝게도 운율과 고딕풍 표상이 약간 덜한 것 같더군요.
처음에 황당한 제목 정복자 벌레(ㅋㅋ)를 보고 좀 당황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정말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아편에 취한 주인공이 리지아를 부르짖는 장면은 초혼 招魂 같기도 합니다.
결국 죽음이라는 섭리를 거슬러, 죽은 다른 여자의 몸을 통해 악마인지 귀신인지로 돌아온 리지아...
프랑의 상태에 대해 아이디어를 얻은 지점인데,
하지만 여기서 그를 이승에 묶어둔 것은 프랑 자신보다는
마데라시카의 집착적인 분노입니다.
2. 《 붉은 죽음의 가면극 》 , 애드거 앨런 포

역병이 도는 바깥 세계와 단절된 성안에서 벌어지는 가면 무도회가 있습니다.
기이하게 꾸며진 무도회장, 종소리가 치는 순간의 침묵 등.
초현실적이고도 서늘한 공포를 줍니다.
찬바람이 슬슬 불기 시작하는 계절에 바람이 들어오도록 창문을 살짝 열고 조용한 환경에서 꼭 호러 미스터리를 읽어주십시오.
그렇게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은 아니지만
이 작품은 마데라시카와 오페라에 대한 구상을 시작할 때 문득 떠올랐습니다.
세라누트에서 극장의 바깥은 완연히 죽음과 공포의 공간입니다.


반면 귀족의 후원으로 열리는 오페라는...
마치 이 동네에 망자 같은 일은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듯이 향유되고 있으니까요.

유감스럽네요...
3. 《 메이즈 》 , 온다 리쿠

저녁에 책을 읽으려고 펼쳤었는데,
너무 무서운 나머지 결말을 보지 않으면 악몽을 꿀 것 같은 탓에
잠을 자지 못하고 결국 새벽 내내 전부 읽어버렸던 책입니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감각, 그곳에서의 초감각적인 경험.
그런 것을 따라보고 싶었는데,
그리 효과적으로 연출하진 못했습니다...

이 메이즈 시리즈의 다음 작품들은 저한테는 그렇게 흥미롭지 않았어요 *ㅈㅅ
하지만 간바라 메구미는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여겨집니다.
중성적인 묘사가 마음에 들었어요.
저는 모호함에 큰 이끌림을 느낍니다.
4. 《 파리스의 황금 사과 》 , 그리스 신화

주 레퍼런스는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생각하고 쓴 이야기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이 사건이 황금 사과 이야기의 고전적인 흐름을 따른다고 느껴졌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포스트를 하나 더 써보겠습니다.
기도 없는 밤의 여행자
올타임 레퍼런스
1. 《 블러드본 》 , 프롬소프트웨어

고딕풍의 어두컴컴한 판타지 세계에서 주인공 헌터는 야수를 사냥하며 세계의 비밀에 다가갑니다.
기밤자에서, 죽음으로 괴물이 되는 것이 좀비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지능이 없는 것, 살아 있는 것을 잡아 먹는 것이라던가, 신체의 특정 부위가 약점인 것 등이
실상 블러드본의 야수보다는 좀비와 매커니즘이 비슷한 편입니다.
그러나 괴물에게 물어 뜯긴다고 괴물이 되지는 않지요.
이것이 좀비와 괴물(망자)의 명백한 차이점이고,
역시 제가 추구하고자 했던 크리처의 아름다움도 블러드본입니다.
비록 전혀 따라가지 못 했지만요.
진짜 크리처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이기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크리처에 대한 모욕이고 이것은,
아무런 고민 없이 그저 예상치 못한 위치에 괴상한 부위가 달리기만 하면
그것은 크리쳐고 괴물이 되는 것일까요...
여간 아름다운 크리처, 경외감을 주는 괴물이라는 것은
최소한 주연들에게 쏟는 노력만큼을 그들에게 쏟아야 봐줄만하게 탄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크리처에게, 그가 괴물이 되기 이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쩌다, 왜 이렇게 변했으며,
그들이 무엇때문에 여전히 먹고 살고자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물론 저는 그러한 단계에 전혀 도달하지 못 했기 때문에, 엉성합니다.

유머적 오마쥬, 이놈의 소울라이크 게임들은 와 이리 미친 개가 많은지.
길거리 잡몹 미친 개가 그냥 거의 최종 보스.

Hello good hunter. 라고 말해 줄 것 같은.

맹세코 엘든링 멜리나...
아니 그냥 프롬소프트웨어를 알기 전에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프롬소프트의 화방녀 계보는 일종의, 루트 참새의 방앗간입니다.
그 밖에도 내가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그들



밥 감사합니다.
2. 《 셜록 홈즈 》시리즈 , 아서 코난 도일
이건 감히 아니라고 하면 안 되겠죠.
홈즈의 의도를 알 수 없는 긴박하고 괴상한 활동 이후
도대체 왜 이런 짓들을 하는 거야!라는 의문이 쌓여가다
범인을 잡는 순간에 터트리는 추리!

플롯의 맥박에서 많은 참고를 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도저히 어떻게 알아 낸 거야, 싶은 수준의 비 현실적인 추리력,
성격이 약간 안 좋은 지점까지.
그는 명백히 셜록 홈즈 패러디 같군요.
....그런 설정이시군요...
3. 《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외 , 애거서 크리스티
애거서 크리스트의 전집을 읽는 것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매번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반전 덕분에 얼얼한 충격이 있습니다.
마이너 추리 씬 등에서 그러한 반전 요소를 넣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특정 장르를 염두하고 작업한 것이 아니지만,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입니다.
읽어 보신다면 이 작품을 추천 드리겠습니다.

4. 《 토지 》 , 박경리

전 제발 누군가 토지를 읽고 제가 이 만화에 넣은 수많은 연출 인용에 대해 공감 해 줬으면 좋겠어요...
아델이 헌혈 중인 장면은 토지에 대한 순수한 팬심으로 만들어진 장면입니다(?)

토지나 토지 서문에서 느껴지는 박경리 작가님의
생명력에 대한 경외심,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에
저는 깊은 감명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에 토지 세계관에서 아프로디테라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닌가!
라는 저 나름의 해석을 포함한 장면입니다.
리츠는 서희 계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이 캐릭터를 만들고 이미 기밤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할 즈음엔
토지에 대한 생각은 까맣게 잊고 그런 책이 있었다는 사실도 잊어갈 때 였지만
무의식 저편에 녹아내려 있던 진한 취향의 흔적이 여기까지 타고 온 것입니다.



2부에서 나온 서희의 묘사, 본인, 충격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짐.
박경리 작가님이 저를 오타쿠 만들었어요.

5. 《 베르사유의 장미 》 , 이케다 리요코

여자의 몸으로 왕궁 근위대에 들어간 오스칼을 주인공으로 하여
비극적인 마리 앙투아네트와 처절한 프랑스 혁명의 이야기를 풀어낸 순정 로맨스 만화입니다.
최근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이 새로 나오고, E북도 있더라고요.
헤헥 노저어라.
아, 순정 로맨스... 라는 단어 덕분에 이 작품이 과히 과소평가되는 느낌이 있지않나 싶은데,
순정 만화라는 것은 사실, 아주 대단한 만화를 여성 작가가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리면 붙는 장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입니다.
캐릭터 오마쥬가 들어갔습니다.



뭐 일단 매우 노골적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 알아봐 주지 않을까 하고 혼자 킥킥대고 있었는데
주위에 아무도 이 만화를 읽은 사람이 없었고
그 누구도 웃어주지 않아서...
약간 아쉬운... 실패한 농담같은 오마쥬였습니다.
아 이미지 검색하니까 너무 찐한 로맨스 장면 밖에 안나와서
차마 못넣겠다... (나는 좀 힘들어...)


당연히 스토리나 캐릭터성과 딱히 연관은 없습니다.
앙드레가 오스칼에게 좀 처.맞긴 했지.
그냥 제가 이 만화를 좋아하니 봐주세요—네요.
의외로 전혀 오마쥬 아니었던 인물.

그 금발의 미소녀 마리와 이 금발의 미소년 마리는
아.무.상.관.없었습니다.
저도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4. 《 천지왕본풀이 》 , 제주도 신화
작중에 등장한 종교 세라누트와 그 두 딸에 대한 신앙은
제주도 신화 천지왕본풀이의 대별왕, 소별왕 신화에서 이야기를 따왔습니다.
이승의 통치권을 놓고 두 형제가 겨루는 이야기인데요.
더 교활한 동생이 더 능력있는 형을 속여 이승을 차지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내용에서 세상이 왜 요지경인지를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하네요.
기밤자에서는 생명의 신 뷔탈로스가 아닌
죽음의 신 네피테스가 지배자의 자리를 차지하며
반드시 죽음이 찾아오는 필멸의 땅이 되었다는 설정입니다.
5. 그리스 신화
전반적인 분위기, 많이 참고하고 있습니다.
6. 이집트 신화
네피테스는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신, 네프티스가 모티프입니다.
이름만 봐도...
원전에서 죽음과 비탄의 신이고, 세트의 아내이자, 아누비스의 어머니입니다.
이집트 신화에서는 사후세계에서 죽은 자의 심장을 저울에 달아 죄의 무게를 잰다고 하지요.
주체가 네프티스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여튼 심장을 찌르고, 그를 위한 기도를 올린다는 설정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7. 《 던전앤드래곤즈 》 , 위자드 오브 더 코스트
뜬금없이 TRPG 룰?! 이라고 생각되지만
클래식한 판타지 세계를 양분하는 거대한 산맥, DnD와 반지의 제왕 중
검은 양 안식처(와 리츠)는 DnD의 계보를 따른 파티 구성입니다.
휴먼 팔라딘 (또는 파이터)
드워프 로그 (또는 몽크)
엘프 소서러 (또는 워록)
티플링 클레릭 (또는 위자드)
입니다.
전형적인 조합에서 몇 가지를 살짝 비틀어 완성됐습니다.
밸런스가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되네요.


이게 지금 Chthonic 티플링의 뿔과 꼬리, Chill touch 캔트립이라고 설명하는 모습, 암시야가 60ft 있음 (제발 장난하니)
8. 《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 》 , 유비소프트

증기소리, 기차, 총을 쏘고 마차를 달리는 영국의 이미지는
블러드본 다음으로 만화의 배경을 그릴 때 상상해온 것입니다.
다소 발랄하고 활기찬 느낌이 있지요.
이걸 빅토리아 낭만이라고 하나요. 하지만...
여긴 더러운 오물과 구질구질한 기름이 땅을 덮고, 아이들은 일하다 죽어가고,
사람들은 매연을 마셔 오래 살지 못 하고 공장에서 과로 끝에 죽고 인구 밀집에 의해 질병이 도는 끔찍한 곳입니다.
현대 한국인데?
과학, 기술의 발전과 인류의 도전적인 발상들에 대해 언제나 동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한편 그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때로—사실 매우 자주— 인간을 배신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제가 공학을 공부한다며 나대는 동안 저도 모르게 무언가 밟아버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대상없는 죄책감이 들고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와 기술, 그것들의 정교함.
작은 부품 하나하나에 기여된 인류 전체의 절묘한 우연, 오랜 관찰과 끈기, 수없는 고뇌, 치밀한 철학의 응집에 대해 생각하면
전 심장이 뛰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요!
9. 《 미스 피셔의 살인 미스터리 》 , 데브 콕스 외

재밌는 드라마입니다!
살인 미스터리라는 제목과 달리 추리 미스터리보다는 로맨스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드라마 전반에서 주는 미스테리하면서도 달큰한 분위기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등장인물 둘이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나 싶군요.


뭐야 얘네
당연히 미스 피셔나 스토리에서 무언가 오마쥬 했겠구만 싶으셨을지 몰라도,
주연들에 대해서는 제가 그만 너무 명확한 취향을 가지고 있던 탓에.
사실 노련한 형사와 그 사이드킥으로 젊고 경험없는 부하의 조합은
범죄 수사물에서 아주 클리셰라고 생각되지만
그냥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김에, 넣어보았습니다.
코트로 안 노련함. 헤이즈 형사 아님. (뭐야 얘네)
감사합니다.
혹시 위 작품들을 감상하신다면, 저와 함께 이야기 나누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