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하자면,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느냐
새로운 모험을 여는 장으로써 황금은 기대 이상이었고,
파이널 판타지가 줄 수 있는 한 제법 낭만적인 여행이었으며,
글로벌 서버에서부터 시작된 무지성 불링의 희생양이 되기엔 너무 아까운 확장팩이었다.
확장팩에서 제공한 게임의 완성도 부터 시작하자면,
모션/표정의 애니메이션 디테일은 매 확장팩에서 늘 훌륭한 발전을 보여준 부분이지만
특히 이번 확장팩에서 내가 극적인 감동을 느낀 지점은
캐릭터 간의 스킨십 및 오브젝트 상호작용 모션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다.
포옹, 어깨에 손을 올리는 모습,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 등.
지난 확장팩들에서 캐릭터의 행위는 카메라에 보이지 않고 효과음만 사용하는 식으로 연출했을 법한 장면들을
이번엔 진짜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을 보고 나는 큰 감동을 받았다.
단일 애니메이션을 추가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한 작업이지만, 두 개 이상이 상호작용하는 것은 그리 쉽게 만들어 지지 않는다.
또, 이번 확장팩의 맵과 배경은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
배경 특색이었을 수도 있지만, 이 맵에서 보여주는 깊이감에 대한 연출이 아주 흥미로웠다.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시선을 처리해 큰 바위 뒤를 넘어서 더 많은 지형이 펼쳐져 있을 것이란 기대가 느껴지는 맵이다.
뿐만 아니라 컬러감의 대비로 배경의 어디를 바라보더라도
굉장히 극적인 장면을 감상할 수 있어서 눈이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지점은 몬스터의 배치인데
이렇게 더이상 진입할 수 없는 맵의 끝단, 그러나 길과 길을 막은 문이 있는 것처럼 연출된 위치에
문지기로서 앉아 자리를 지키는 듯한 몬스터의 배치는 이 맵을 너무 재밌게 만들었다.
소울류 게임을 할때 느껴지는 몹 배치, 이거 신규 확장팩에 완전 작정했네? 싶어졌다.
근데 이 발리가르만다의 불을 밟으면 도트 대미지가 들어왔다면 어땠을까. 그럼 진짜 완벽했는데
개 억까죠
그러나 저러나 불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미코테 부족 개 대충 만든거 ㄹㅇ 호감 ㅋㅋ 겠냐.
시발 근데 이건 좀 아닌듯
여기서 파이널 판타지도 벗어나지 못한 일본 겜 특. 제국주의적 시각이 보이는 거 같아서 상당히 불쾌함
기차. 하 나 원래 기차 너무 좋아하고 기술 로망 스토리는 나의 AtoZ이고.
마열차를 너무 사랑하고 알렉산더가 최애고 영원히 이크살 우호부족 스토리를 곱씹는 나에게,
니토위퀘의 이런 대사는 정말 자극적인데...
살로니황야가 미국이 모티프 인것, 그리고 이러한 대사로 전혀 모른척할 수 없는 사실.
이들은 누가봐도 토착부족 인디언을 묘사한 것인데,
그들은 방어적인 대사로 그 자신들이 외지인들에게 해가 되지 않음을 전력으로 어필하고 있다.
그에 비해 기차와 온갖 기술을 끌고온 이주민들의 자기 변호가 설득력 있고 성실했느냐 하면 그것은 전혀 아니다.
대 불 쾌 일본이 또 일본했죠 응
그 외에 전반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는 어떠했냐 하면
주인공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맘에 들었다.
내 맘에 쏙드는 말만 골라서 하는 천재 아기고양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노력하는 모습과 그 성장 서사는 감동적이었다.
그가 가진 이상향은... 꽃밭에 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힘든 길이다.
나는 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상향을 희망하는 주인공의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그 과정에 자신이 바라는 평화가 무엇인지, 자신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끊임 없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가끔 오답 같기도 했고, 둘러가기도 했지만 한가지씩 배워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
못났기 때문에 매력적이고 못났기 때문에 더 사랑스럽다.
근데 갑자기 이런 잘생긴 거 컷신에 나옴...
제가 뭐, 왕비 할까요?
근데 또 갑자기 이런 모에한 게 컷신에 나옴...
뭐... 저, 왕비하라고요? ㅜㅜ
중간 중간 등장한 다른 등장인물들도 매우 매력적이었다.
굴루쟈 개호감 도마뱀
그리고 굴루쟈쟈가 너무너무 개좋음
원래 강한 걸 보여주고 싶으면 안싸워야 한다.
레일리가 루피와 진심전력으로 싸우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
굴루쟈쟈는 한쪽 머리 잠듬(죽음)이라는 리미트를 걸었고
굴루쟈쟈 이벤트 전투가 만만한 난이도가 아니었던 지점 덕분에
그럼 옛날엔 대체 얼마나 쎘던 거야?! 하는 기대감을 주면서 동시에 빛전 개쎔을 보여주는 장치로 너무 좋았다.
우크에부는 적당한 개그요소와 너무 뇌절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간 파이널판타지의 개그 요소는 그냥 일반적인 한국인 입장에선 공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고
나는 특히나 일본 발 서브컬쳐 등에 취향이 별로 없어서 파판에서 개그를 쳐도 그게 뭐가 재밌지. 였는데
특히 힐디브랜드. 나는 스토리 있는 게임을 애초에 안 좋아한다.
하지만 활자 중독자라서 모든 텍스트를 읽어야 하는 사람이고, 똥기레쓰로 평가된 모든 스토리를 전부 꾸역꾸역 읽은 뒤 나만의 해석을 가지는 편이지만, 유일하게 스킵한 스토리가 힐디브랜드다.
하지만 이 정도는 딱히 뇌절도 없어서 좋음
대머리나 힘쎈 여자 또는 변태 남자로 개그치는 건 이제 그만할 때 쯤 됐음.
그 외에도 심각함과 유머스러움 사이의 강약조절도 만족스러웠고,
왕도 모험물이기 때문에, 살로니 황야의 개불쾌 상황만 제외하면
스토리는 정말 마음 편하게 감상 가능했다.
한편 잘 못 쓴 정치 서사라는 이유로 억까를 좀 당하고 있는 것 같던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황금을 정치 이야기로 보면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원피스는 해적왕을 목표로 하지만 그 만화가 정치 얘기가 아닌 것과 같다
먼저, 왕위 계승전에 도전하는 자는 정당성이나 혈통을 그닥... 요구받지 않는다.
쿼나와 라마티는 이미 친자식이 아닌 입양 자녀였으며, 그들의 출신이 대단한 이야깃거리도 아니다.
거기 신경쓰는 사람 아무도 없다.
라마티가 부족장의 귀한 딸이라는 제법 강력한 출신도,
라마티와 친부, 또 굴루쟈쟈의 암묵적인 약속으로 인해 그 마저도 왕위의 정통성에는 이용되지 않는다.
바쿠쟈쟈는 왕족조차 아니며, 단지 임의로 개설된 대회에서 왕이 될 기회를 부여받았다.
물론 '무예'로 그 candidate를 뽑는 것이 얼마나 올바르고 평등한 시험인지는 다소 토론이 필요하겠지만
현재 이 ff14의 세계가 사실상 무력과 폭력 없이는 탈 인간급 마물들로 인해 제대로된 생존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게 전제된 만큼
시험을 치룰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곧 전투력-을 만족하는가.
(돌발적인 외부 위협에서 스스로를 지킬 정도인가)를 보는 정도로 판단하는게 옳을 듯 하다.
이렇게 겨우 셋 나오는 '왕족'을 제외하고는 딱히 귀족이나 여타 지배계급의 모습은 보이지 않으며,
부족별 별도의 자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아,
후술 하겠지만 이 '왕의 자리'는 독재적 지배자보다는 범대표자, 또는 통합분쟁관리자에 가깝다.
그렇기에 개 최악 정치 서사로 평가받는 홍련(나는 개인적으로 창천도 개 최악ㅋㅋ)과 비교될 이유가 없다.
왜냐면 이 '왕-통치자'의 전제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
그렇다면 황금에서 말하는 왕이 무었이냐?
이 툴라이욜라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죠
황금에 끊임 없이 나오는 원피스 오마쥬 (나는 그렇다고 주장함)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툴라이욜라의 왕도 거의 해적왕 수준이다.
이걸 정치 암투물로 쳐 버리면 심각한 오독이라고 생각한다...
단어가 왕이었을 뿐
루피의 '해적왕이 될 사람이다' 라는 대사를 오마쥬한 우크라마트의 대사들.
싸움이 아닌 잔치를 벌여 통합을 유도한 굴루쟈쟈.
그리고 쿼나의 대사, 어느때나 백성의 웃음을 지키려고 하는 자가 왕이 되어야 한다.
제법 최신판 까지 본 사람이면 조이보이를 아시겠죠? (혹시 나만 황금을 원피스라고 주장하는 거임? 이거 노골적인데 완전 진짠데)
또, 이슈가르드에서의 교황과 아이메리크(귀족, 기사들의 후손으로써 지배의 정당성을 인정받은)및 도마에서의 히엔(왕족)과 달리
툴라이욜라의 왕은 수정공의 역할(그의 힘과 지략으로써 대표자 및 분쟁해결관리자의 자격을 양도 받은)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임
이것은 굴루쟈쟈의 과거 행적에서 그 사실을 엿볼 수 있는데
타 부족 간의 오랜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고 각각이 가진 다양한 문제를 협력으로 해결하면서 왕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고,
후계자로 다시 그런 인물을 원한다는 사실에서 드러남.
7개의 시련은 그러한 의미로 배치된 것이고, 이건 정치 서사가 아니라... 아휴 입아프다.
자신의 바람을 포기하고서라도 옳은 길을 원한 쿼나와
권력을 독차지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욕심없이 이왕을 제안하는 라마티의 제안에서 그게 최고조에 달하게 됨.
이들이 말하는 왕은 정권에 대한 욕망은 커녕-그러한 욕심에서 자유로운 (번뇌에서 해방된) 자들을 위한 자리임
그래서 라마티는 여행을 진행하며 그러한 자격을 충분히 만족할 만큼 성장했기 때문에
분쟁관리자 중 무왕의 역할에 앉을 수 있었고,
반면에 역시 이왕의 역할에는 여전히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쿼나가 이왕이 된것.
그럼 도마를 지키기 위해 왕이 되려고 했던 히엔도 그렇지 않냐고 할 수 있는데
히엔이 비판받는 이유는...
혈통밖에 정당성이 없는 그가, 자신의 죽음과 함께 도마 역시 끝장이라는 주장이 어처구니가 없거니와
사실 이 계급이란 것이 명확히 분류되지 않는 중세역사를 가진 한국인 입장에서는
조건이 안좋아서 사실상 막혀있었다 뿐이지 평민의 과거시험급제도 법으로 보장됨
상당히 공감이 힘든 지점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됨.
히엔 = 나라가 아니지요. 히엔 죽어도 도마 사람들 살아가죠?
어쩌라고 쿠쿠루삥뽕이죠.
역시 일본겜.
그러나 라마티와 툴라이욜라는 동일시 되지 않으며,
누가 왕이 되더라도 툴라이욜라는 존재했을 테지만,
좋은 분쟁관리자가 필요했을 뿐.
그러므로, 1부의 왕위 계승전은
평화와 협력으로 세계를 구원하고자 했던 수정공 - 희생과 지배를 통해 신에 오르고자 했던 바우스리 정도의 구도임
한가지 더 하자면 원초세계를 위해서 1세계를 구원한 수정공이
1세계보다는 원초세계에 자기 정체성이 있다고, 한계를 인정한 것과 달리
라마티와 쿼나에게는 툴라이욜라가 자신의 유일하고 온전한 세계였단 지점에서 난 좀더 진정성 있다고 봄.
그러면 다시 빛전의 역할로 돌아와...
빛전은 시다바리다 라는 점에 대해서도 제법 할 말이 많은데
진짜 한마디 하자면, 황금은 빛전 대우가 굉장히 좋은 확장팩이다.
빛전은 여기서 이미 왕에 오른 자의 역할로 등장한다고 생각함
빛전은 이 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미 그를 대적할 수있는 사람이 없음은 이 세계에 거의 당연한 사실이고
굴루쟈쟈가 흰수염에 가까운 인물로 보인다면 빛전은 살아있는 해적왕인 것이다.
날 해적왕 시켜줬다고 젠장~~~
그건 그렇다치고 빛전 개인에게 부여된 서사 자체에 깊이가 있냐고 하면
그건 아닌건 확실함.
흠.... 이건 아무래도 칠흑이나 효월에서 주는 주인공 기믹과 달라서 있을 수 있는 개인적 호불호 영역인거 같긴 하다.
하지만 내가 효월이 아주 불호였고, (아젬하기 싫음. 레알 고대인 존나 하기 싫음)
오히려 황금에서 주는 '빛전의 설정에 존재하는 빈칸' 을 더 흥미로워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음.
난 개인적으로 칠흑과 효월에서 말한 세계 멸망.
그것이 빛전이 죽으면 세계도 죽음. 이라는 전제 자체가 상당히 불만이었다.
(히엔과 다를게 뭐고 날 자꾸 짐이 곧 국가다 식의 제왕을 만드는데)
나말고 다른 대단한 놈이 또 있것죠. 가 됐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나는 이 설정 자체가 효월의 주제 서사와 충돌한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1) 인류 자체에 대한 믿음 때문에 베네스는 세계를 갈랐다.
2) 또 비록 갈라졌더라도, 인간들은 멸망을 이겨낼 것이다.
3) 빛전 또한 거기에 동의한다.
효월 메인 서사를 이렇게 정리할 수 있는데
이게 겨우 빛전 하나를 잃음으로써 또 멸망한다는 게 너무 큰 설정 오류라고 생각함.
이보세요. 인류 전혀 안 믿잖아;
하나만 해
만약 1, 2번 전제가 맞는 전제라면 빛전이 죽어도 세계는 이어지고 멸망을 이겨내야 하는 법인데,
어떻게든 찾아낸 그 방식이란게... 알렉산더랑 오메가 이케저케해서 빛전 부활이라는 게...
ㅈㄴ 황당하고 어이가 없음.
이게 빛전이 곧 아이테리스라는 말과 뭐가 다릅니까.
뭐 이러한 불호는 잠시 접어두고.
왤케 화남
뭐 이것들 말고도 좋았던 점은 많긴한데, 대부분 원피스 관점이라서 대충 여기까지 하고.
아래는 사담.
불호 지점까지는 아니지만 그냥 너무 어색했던 씬
아 너무 불편해...
그러니까 왜... 이러는데 노골적인 드림 서사 음... 네 감사...
해야 함?!?!?
근데 나는 이건 좋았음.
날 아빠 시켜줌.
그러니까 이제 엄마가 열심히 아들 설득하고 있는데 아들이 엄마 말 안들음.
그럼 그때까지 조용히 있던 아빠가.
엄근진 하게 '엄마 말 들어라.' 딱 한마디 하는 타이밍이었는데
진짜 그걸 나한테 시켜주는 거임???
저 결혼해요. 이미 다 큰 아들이 있는 여자지만 전 사랑하기로 했고요.
결혼식은 지인만 불러서 소소하게 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