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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얘기하는 것을 보니 내가 짝사랑을 하나 보다

ROOT-1 2025. 1. 16. 03:23

 

뒤늦게 쓰는 FF14 효월의 종언 감상

 

 

 

내가 정말 불호가 많은 사람이란 사실을 매번 새로 깨닫게 되는데

좋아하지 않는 다가 싫어한다와 동의어는 아니란 점만 알아주십사

 

dislike와 hate에는 아주 깊은 골이 있으며

오해할까봐 말하는 건데 절대 hate지 dislike가 아님

 

농담입니다

 


 

그닥 열심히 하지 않아서 대단히 기억은 안남아 있는데

 

1. 시간 여행이라니 이것 데우스 엑스 마키나

 

 

문제 해결에 너무 편리한 방법을 쓰는거 아니냐?!

진짜 갑자기 시간 여행으로 괜찮아?

과거로 가서 과거를 속속들히 알 수 있는 아주 편리한 설정으론

초월하는 힘 정도면 됐다고 본다.

초힘의 과거 '읽어 내기' 도 그닥 좋아하는 요소는 아니지만

이미 신생때 부터 익숙해 졌고, 이 정도는 감안할만 하지, 였는데 

 

아예 전제 자체가 다른 고대세계로의 타임워프는

아주 충격적으로 끔찍한 전개라 기함을 금치 못함

 

결과적으로 그 곳에서 알게된 사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고대인의 염원 고대인의 도움 고대인의 선견지명이 필요했다는 지점이 정말 최악으로 만듬

 

계속 베네스의 염원(..)을 이은 빛전이

고대인들과 반목하며 주장해온 건

조각난 세계의 조각난 영혼의 조각난 인간이라도 생명이야 우리는 우리대로 갈길 간다!

인것으로 이해했는데

 

그런데 결국 문제 해결에 어처구니 없이 대단한 설정을 가진 고대인들이 

모험가에 대한 호감을 기반으로 한 

그 호감마저 과거 모험가의 전신인 고대인 아젬에게서 온

지원이 필요했단 사실 때문에 마음에 안듬

 

'정말 우리 인간 갈길 감'

하고 싶었으면 

이 뒤나미스라는 존재의 발견과 희박한 천맥이란 문제 해결에

고대인은 어디까지나 과거에 남아 과거의 형태에서 힌트를 줄 뿐

야슈톨라나 니다나 (연금술사 코끼리) 의 손으로 이루어 졌으면 어땠을까 한다

그 둘은 실제로 해답에 상당히 근접했고, 그럴 능력도 있어 보였음

 

그리고 단순히 나의 반동분자적 취향 때문인 것도 있는데

베네스의 그림자로부터도 벗어나고 싶군...

그가 죽어서 이제 없어졌으면 그 부분은 된거 아닌가?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베네스를 좋아하는 것 하고 모험가의 정체성이 그의 신탁에 묶여 있다는건 별개의 문제다

 

마치 모험가가 세계를 구할 수 있는 당위성이 그의 (아젬)출신에 있다는 느낌이 마음에 안듬

그리고 그것은 24인 레이드까지 이어짐...

 

물론 일반적인 영웅 서사에서 비범한 출신이란, 아주 자주 나오고 좋은 소재인건 알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론 그런 비범한 출신을 깨뜨려 부수고 반역을 가는걸 좋아해서...

 

딴 얘긴데 세상에서 지가 제일 불쌍한 빌런 꼴 뵈기 싫어서 치가 부들부들 떨림

 

 

 

2. 제국이 들어갔지만 맛있었다

 

 

제노스 등장부터 꾸준히 별로 안좋아 했는데

그 이유를 사실 잘 모르겠단 말이지

키워드만 놓고보면 아무리 나라도 안 좋아할 이유가 없는 캐릭터인데

 

아무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노스와의 마지막 전투씬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내 직업은 학자였음

책을 버리고 주먹으로... 감동적이었다 (이하 후술)

 

83렙 제국군 영혼 체인지 씬에서도 느낀거지만

어떤 어처구니 없는 설정이 주인공과 캐릭터들에게 고난으로 다가온다면

그건 설정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이야기가 재밌어 지는 것 같다

하지만 행운이나 문제 해결의 키로 다가오면,

나 같은 불평불만 반동 분자 진상 어글리 오타쿠가 1번 데우스 엑스 마키나 아니냐고 소리지름

 

그런 맥락에서 제국군 영혼 체인지는 모험가를 극한 상황에 몰아넣으며

그가 출신이 아닌 정말 강인한 의지와 사명을 가진 영웅의 재목이란 것을

아주 처절하게 묘사함으로써 좋은 감동을 줬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제노스 전투신도

죽음의 기로에 선 모험가에게 한번 더 시련이 다가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나 싶다

마지막 전투에서 모험가는 남은 힘을 다해 죽을 각오로 싸우고, 실제로 정말 죽음을 받아들이는데

그때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남겨진 쓸쓸함이 한층 더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만들어 준다

곧 이어서 감동 서사로 돌아오는데 이 애석함 때문에 감동이 배가 되었다고 생각함

 

직업군별로 어울리지 않게 맨손 격투에 당황하는 감상이 많았는데

내 경우엔 그 정도로 절실했다로 받아들이고 있음

 

근데 쌍둥이의 제국이야기 정말 재미없음

그냥 순수하게 노잼

 

 

 

3. 흉측한 이족보행 포유류에 대한 무조건적인 박애

 

 

인간이 뭐라고?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좋아해 주는 인간 아닌 작고 귀여운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왜 이렇게 반감이 드는지 모르겠음

그런 이야기를 인간이 만들어서 더 우울해진다

 

이런 전혀 귀엽지도 않고 머리랑 겨드랑이에만 털나는 흉측한 이족보행 포유류가 뭐가 이쁘다고

 

실제로는 대부분의 동물이 인간을 보면 도망가는데

혹시 그게 너무 슬퍼서 이런 ... 판타지가 자꾸 창작물에 들어가는 걸까?

그렇군 게임 이름이 파이널 판타지인데 내가 너무 트집 잡았나 보다

 

심각한 의심병이 있어서 엔딩 크레딧 올라올 때까지 레포릿 언제 배신하나 의심함

 

 

 

4. 부분 탈모 흉측한 이족보행 척추동물에 대한 무조건적인 박애

 

 

위랑 비슷한 경우긴 한데

이쪽은 인간보다 한참 강하고 절대적인 존재여서 반감이 덜하다

그냥 취미로 저러고 있는거 같아서 그러려니

 

딱히 생존에 어떤 위협도 없으며 인간을 쉽게 밟아 죽일 수 있는 녀석이 인간을 좋아한다고 얘기하면 

사실 인간 입장에선 할 수 있는게 없다 그러라고 하지 않으면 언제 밟혀 죽을지 모르니까 조심하자

 

근데 믿어도 됨?

언제 빡돌지 모르는데...

좀 무섭긴 하지만 아무리 변덕스럽다 한들 이 장대한 수명을 가진 크리쳐가 모험가가 살아 있는 그 안에 기분을 바꿀 일은 없을 것 같으니...

알바 아닌지도 모른다

 


 

끝으로...

이 게임 레이드는 정말 재밌고, 지출에 대한 부담도 없으며

시즌 하드 리셋 시스템 덕분에 복귀도, 뉴비 유입도 정말 자유롭고

꾸준히 편의성 패치도 해주고 컨텐츠도 아주 많아

게임이 너무 훌륭하다 이런 MMORPG 어디가서 또 찾기 힘들것 같다

 

스토리가 별로라는 이야기를 구질구질 길게도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또 열심히 플레이 하는 꼴을 보면

사랑하다보니 꼬집고 싶은가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