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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많이 나온다는 말 한 사람 누구냐?

ROOT-1 2025. 1. 28. 01:45

스포주의 검은 수녀들 리뷰

 

오랜만에 영화보러 가서 검은 수녀들 보고 왔다고 하니까

경상도 토박이 우리집에서 하는 말

꺼↘믄↗ 수녀들 아니고 검은 수녀들이라카나! (박장대소)

 

마 자꾸 서울말 써불고 그렇다...


 

검은 수녀들

전작 검은 사제들을 정말 재밌게 봤고,

퇴마라던가, 종교의 틀을 벗어난 임시동맹물- 외부의 적 퇴치- 따위의 오컬트.

원래 굉장히 좋아하다 보니까 자연히 여주인공으로 돌아온 '검은'-시리즈 ? 

절대 못참지

 

그렇기에 이 정도 조합이라면 무슨 똥이 나왔어도 나는 재밌다고 했을 거 같지만

개봉전부터 날아든 온갖 비판에 대해 생각하더라도 나쁘지 않은 영화였고

이 티발놈 눈에도 한 줄기 눈물 방울이 흘렀던 것이다.

 

근데 염소 많이 나온다고 한 사람 진짜 누구임? 

그런 사람 없었다

염소 별로 안나온다. 나는 염소 좀 더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염소가 제법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면 했다. 염소 바이럴은 완전히 거짓이다.

 

 

1. 송혜교가 영화라는 통나무의 50% 정도는 짊어졌다.

송혜교, 정말 멋진 연기를 보이는 배우. 그리고 정말 아름다운 배우.

목소리가 이렇게 좋은 사람이었나? 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필모를 모르니 뭐, 별수있나.

나는 워낙에 영상물을 안보다 보니 드라마고 영화고 배우 이름 알면 많이 아는 거다.

 

아무튼 나긋히 외우는 기도문도 그렇고

퇴마를 위한 의식 과정에서 악마와 키배를 뜨는데, 좋은 키보드로 뜬다는 느낌이듬.

뭔데 키보드 하나 백만원이고

그 외에 영화의 다른 지점은...

퇴마 장면이 다소 늘어지며 중반쯤 긴장감이 빠지고 지루해지는 감각이 든다.

이때쯤 마지막 구마가 시작되는 것인가?! 라고 여러번 끌어올려진 긴장이, 별일 없이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특히, 오래전 미카엘라가 있던 기도원을 찾아가며 짙은 안개를 헤쳐가던 것에서 이어진 장면이 그러하였다.

이렇게 이미 몇번이나 같은 악마와 마주한 위기 상황이 지나갔기에 구마에서 그닥 새로울 것이 없다.

 

뭐... 그래도 그 과정에서 전반적인 긴장감은 제법 준수함

 

 

2.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궁

솔직하게 말하자면 자궁이라는 요소가 주는 거부감은 둘째치고,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느니, 악마의 자식이라 저주 받았을 거라느니 등등

요새 같은 시대에 그리 대단한 협박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악마놈이래봤자 아무리 못되고 아무리 오래살았어도 모욕 기술이란 것을 꾸준히 연마하지 않으면

이렇게 질만 나쁘고 그닥 타격도 없는 욕을 하게 되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탄 실직이라는 말이 잘 와닿는 우리네 인간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우리 사미긴 친구는 그냥 일찐놀이가 하고 싶었던거 가타요

 

 

3. 사실 이것은 구마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구마 의식에 아주 실망했다면 그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볼때 유니아가 싸운 것은 악마 사미긴이 아니다.

사미긴의 질 나쁜 폭언 따위는 애초에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

애초에 상대가 아닌 것과 싸우는데 유니아의 마음이 흔들릴 일이 없다.

아마 더한 악마가 왔더라도 유니아의 마음을 흔들 수는 없었을 것이며 그는 방법을 찾아냈을 것이다.

 

유니아가 싸운 것은 그 같이 유능한 구마 사제를 서품도 못받은 한낱 수녀로 잡아두는 관습이었고,

여자라면-수녀라면-아이를 낳을 수 없는 자궁 따위로, 또는 잃어버린 순결 따위로

마음이 무너질 정도의 타격받을 것이라 생각하는 악마의 안일함이었고

미카엘라와 애동(무당 인절미)이 자신을 거부하고 억압된 채 살도록 만든 세상의 선입견이었다.

 

 

4. 그렇기에 이 영화에서의 카타르시스는

교황이 사제를 임명하는 타로 카드 속의 의식을 모방하는 장면에서

결국 유니아와 미카엘라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에게 비-공식이지만은 자격을 부여하는 바오로와

수녀였기에 가질 수 없던 그의 역할을 위해 끊임 없이 싸워온 유니아가 사제의 스톨을 얻어낸 뒤,

굳건한 마음과 반항심이 섞인 강렬한 눈빛으로 바오로를 올려다보는 장면.

바로 거기서 오는 것이다.

훌쩍

 

그뿐 아니라

처녀 임신이라는 성모 마리아의 은유를 지닌 유니아가

마치 마녀 사냥을 연상 시키는 불더미에 제발로 걸어들어가는 결연한 그 뒷모습에서

나는 마음이 어지러웠다.

 

오랜 역사적 사실 -별 잘못한것도 없는 여자들을 단지 화풀이 대상으로 여럿 죽여버린- 을 은근하게 들이대며

신의 아이가 아닌 악마의 아이를 배에 안은 -죽어 마땅한-여자가 두려움을 내비치지 않는 아주 고결한 표정으로

해볼테면 해보라며 불길 속에 기꺼이 발을 내딛는 장면은 거대한 거역과 거룩함이 함께 느껴진다.

 

덕분에 나는 제법 다음 편을 기대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딱히 두번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지만, 크게 나쁜 영화는 아니라는 의견이다.

앞서 얘기한 포인트들에서 제법 내 취향을 찌르는 요소가 있기에 굳이 따지자면 좋았다고 평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