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거나 그림을 그릴때는 인공지능을 쓰지 않지만.
연구용으로 종종 인공지능을 사용하는데요.
퍼플렉시티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모호한 키워드로 정보 검색을 시작할 때,
또 레퍼런스가 된 문서들을 참조해주니 가끔 쓸만해요.
아무튼 오늘 쥐피티에게 RPG 마스터링을 시켜보았습니다.
연구용으로도 써 볼 일이 있을 거 같아서요.
중간중간 개 못쓴 저의 못생긴 영어와 오역은 대충 그러려니 하시길
1. GPT에게 넌 이제 게임 마스터라고 알려주기
금방 알아듣습니다.
2. 세계 생성
몇 가지 설정을 알려주니 곧바로 게임 시작.
Si-wha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 마법사입니다. 오늘 대학을 졸업하는 설정이죠.
스카이랜드라는 아름다운 땅에 세워진 스팀펑크 기반 모험을 시작합니다.
쥐피티가 곧바로 어떤 가상 세계를 만들어 줬어요.
묘사해준 내용이 제법 멋있어요.
떠다니는 세계 에테르미어.
끝없는 폭풍에 가려진 세계 위에는 스카이랜드라는 섬들이 이어진 땅이 있는데,
고대 에테르 엔진과 신비로운 방법으로 긴 역사 동안 하늘에 떠 있습니다.
비행선들이 부양하는 절벽들 위 세워진 도시 건물 사이로 솟아오르고,
아이비가 드리워진 탑 주변엔 온갖 기계장치들이 둘러있습니다.
크리스탈 자동인형들이 거리를 걸어다니고 마법과 증기 기관들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 하늘에서 가장 명망있는 신비 탐구 교육기관은
벨트리스의 하늘섬에 있는 에테리온 마법과 에테르 과학 대학입니다.
황동 첨탑과 떠다니는 곤돌라와 마법 에너지가 감도는 탑으로 채워진 멋진 곳입니다.
더 얘기하기에 앞서서 제가 궁금한 건,
이 인공지능이 얼마나 일관성있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얼마나 흥미롭게 하느냐 인데
몇 가지 키워드를 기억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여긴 벨트리스에 있고, 황동 첨탑, 곤돌라 그리고 탑들이 있어요.
3. 본격적으로 이야기 도입
곧 이어서 앞에 말한 제 설정을 인용해 도입에 좋은 사건을 만들어 줍니다.
아 일단 엄청 흥미로워요.
오늘은 당신의 졸업식입니다.
가장 높은 첨탑의 벨이 울리며 수백명의 어린 마법사들이 그들의 깃털 달린 모자를 하늘에 던집니다.
당신, 시화도 짙푸른 로브를 입고 당신의 마지막 시험과 논문을 통과했습니다.
마법이 깃든 논문 스크롤이 공중에서 불타오르고 혼란스러운 원소 사서를 부릅니다.
근데 이 부분은 대체 뭐지? 왜 제 논문을 불태우세요...
그리고 왜 거기서 원소 사서가 나오는거지, 내가 해석을 잘못했나. 아무튼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당신을 부릅니다.
"여기다, 시화!"
콕스웨인 교수입니다. 당신의 괴짜 스승이죠.
한쪽 눈은 유리고, 다른 쪽 눈은 모노클을 쓰고 있습니다.
그가 손을 흔들자 왼손엔 섬세한 기계팔에선 마찰음이 들립니다.
태엽 부엉이가 어깨위에 앉아있고 기계적으로 깜빡이고 있습니다.
"넌 그동안 좋은 가능성을 보여줬지, 기술적으론 조금 미심쩍지만, 어쨌든. 오늘 바로 기회가 찾아왔어. 수세기 동안 정처없이 떠돌던 고대 에테르 기록 보관소가 스카윈드 만에 갑자기 다시 나타났지."
"젊은 연구자를 찾고 있어, 그리고 내 제자, 넌 마침. 도전하기에 아주 좋은 때지."
그는 봉인을 건내줬습니다. 항공 모험가 길드의 도장이 찍혀있습니다.
콕스웨인 교수라는 제 스승이 등장했습니다.
고대 에테르 기록 보관소가, 스카윈드 만 이라는 곳이 나타났다는 새로운 정보
그리고 제자에게 스승이 모험가 길드의 인장이 찍힌 봉인을 건내줍니다.
일단 굉장히 말이 되는데다,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이상적인 전개네요... 사건의 발단으로 좋습니다.
4. 그럼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배경 설명과 사건도 줬으니 이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라고 묻는 차례.
진짜 정석적이라서 약간 감탄했달까...
저는 쥐피티가 제안하는 것에 하나도 따르지 않아 보겠습니다.
- 이걸 받기 전에 제 질문부터 답해주세요. 제가 졸업할때 당신 눈의 비밀을 알려준다고 하셨잖아요.
콕스웨인 교수가 그의 회색 눈썹을 찡그리자 그의 기계 안구가 오후의 햇빛에 반짝입니다.
유령같은 웃음이 그의 입술에 맴돕니다.
"아 그 오래된 약속말이지."
마치 이 상황을 강조하는 듯이 태엽 부엉이가 부드러운 소리를 냈다.
그는 딸깍이는 소리와 함께 모노클을 벗고,
복잡하게 얽힌 기계장치와 크리스탈 렌즈가 삽입된 눈 구멍을 보여주었다.
세공된 룬이 황동 이음매 사이에서 에테르 빛으로 맥동하고 있었다.
단순한 의안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되고, 기이한 것이었다.
냅다 왼쪽 눈에 이상한 설정을 엄청나게 부어주는군요...
흥미롭긴 해요 일단은.
이어지는 설정들.
그가 몸을 숙이고,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이건 내가 만든것도 아니고,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하지. 침몰한 땅 티라시스에서 있었던 원정에서 찾은 것이다.
몇십년도 더 전이야. 고대 건축물의 홈에서 뽑아냈어.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난 해버렸지.
'탐구자를 위한'이라고 되어있더군. 그리고 내가 그걸 끼웠을 때, 이것이 내게 어떤 것들을 보여줬지.
마법의 형상. 시간의 결함. 어쩌면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미래들까지."
"종종 사람들 생각의 단편을 볼 수 있지. 때로는 그 기억의 꿈들을 꾸기도 해.
대부분은, 내가 6권의 책을 한번에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지만."
그는 뒤로 물러서 그의 코트를 똑바로 했다.
평소의 엉뚱함 뒤로 그 기이한 순간은 이미 사라져있었다.
"시화, 알았지? 벨트리스 너머 세상은 이런 유물들로 가득 차 있다.
어떤 유물은 잠들어 있고 어떤 것들은 지켜보고, 어떤 것들은 발견되기를 기다리지.
어쩌면 그중 하나가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는 다시 봉인된 봉투를 가리켰다.
"이제... 하늘로 발을 뻗어 너의 위험한 질문을 던질 준비가 됐니?"
분명히 주어진 상황에 대해 장황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에 대해선
인간 마스터보다 잘하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항공모험가 길드 - 하늘로 발을 뻗다로 이어지는 표현이라던가,
눈의 비밀 - 오래된 원정 - 유물 - 제자에게 또다시 모험 제안
이라는 맥락에 굉장히 잘맞는 대화를 한다는 사실이 좀 놀랍네요.
물론 아까는 유리 눈과 모노클만 얘기 했던 것 같은데,
오후 햇빛에 빛나는 Mechaical Eye는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습니다.
5. NPC를 알까?
또 하라는 대로 안하고 뜬금 없는 질문.
- 교수님, 콕스웨인 교수에 대해 아세요?
콕스웨인 교수는 잠깐 멈칫하더니, 놀람과 흥미로움 사이의 표정으로 천천히 뒤돌아 당신을 보았다.
"내가 콕스웨인 교수를 아냐고?" 그가 반문했다.
한쪽 눈썹이 상식적인 수준보다 크게 올라가 있었다.
"시화, 날아다니는 비행선에 또 머리를 박은게 아니라면, 굉장히 영리한 질문이구나."
태엽 부엉이는 낮은 윙윙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것의 눈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더 가까이 다가왓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미심쩍은 속삭임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실은, 난 많은 이름이 있지. 콕스웨인은 그 중 여기서 쓰는 하나일 뿐이야.
나는 그을음의 마법사로 불렸어. 코일포트의 지하 마켓에서... 글쎄 지금은 그 이름에 대해 말하지 말자고."
그는 관자놀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하지만 이름은 톱니와 같지, 시화. 각각은 다른 장치에 맞춰져 있어. 중요한 건 그 톱니바퀴를 돌리는 손이지."
그리고, 짧은 정적 뒤에, 그의 미소가 사라졌다. 아주 살짝.
"왜 묻는 거지? 뭔가... 아니면 누군가가... 나를 네가 기대한 것과 다른 방법으로 얘기했나?"
그의 손가락이 살짝 떨리고, 그의 기계 팔에서 기어가 제자리에 걸리는 듯한 희미한 딸깍 소리가 났다.
앞서 나온 부엉이를 계속 사용해서 긴장감을 올리는 전략이 좋다.
그리고 점점 무리수 설정이 붙는 콕스웨인 교수.
내가 뭔 소리를 해도 이 녀석은 콕스웨인 교수에게 설정을 더 붙이면 더 붙였지 그만 둘 기세는 안보이네요.
하지만 일단 등장한 NPC를 구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헷갈리지 않고 콕스웨인은 콕스웨인이 자신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아들었고요.
갑자기 자기가 아는 다른 콕스웨인에 대해서 말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부엉이의 계속된 등장, 콕스웨인 교수의 반응과 기계 팔 등. 제법 일관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중.
도입부치고 설정이 삼진에바하기 시작했지만...
6. 그럼 때려보자고
뭔가 비밀이 있는 빌런처럼 느껴져서 바로 공격 해보기로 했습니다.
화염 벽으로 공격할게요.
공격은 실패했다고 봐야겠습니다.
적의를 드러내며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하는 콕스웨인 교수.
약간 길어질 것 같아서 아래쪽은 요약을 좀 적겠습니다.
제법 그럴듯한 포맷으로 전투 도입을 알립니다.
상태와, 배경,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앞서 했던 내용과 일치하는 군요.
대학이고, 마법이 흐르는 땅이기에 원하는대로 주문효과가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설정은 좋아요.
주변을 둘러본다고 하자. 환경에 대해 추가 설명을 출력합니다.
역시 졸업생들은 파란 로브를 입고 있다는 일관된 설정,
지금의 당황스러운 상황에 걸맞는 반응들을 묘사해줍니다.
먼저 친건 나지만, 도와달라고 말하며 쓰러져 보기로 합니다.
극적으로 기절하는 척하는 장면을 묘사해주는 쥐피티...
아니 이정도까지? ㅋㅋㅋ
기만 굴림을 해주는 쥐피티... 뭘 학습한거야?!
성공했다고 하네요. 실패도 하는거임?
그럴듯한 포맷으로 제 액션에 대한 리액션을 해줍니다.
몰려든 사람들이 저의 할리우드 액션에 수선을 떨고,
역시 콕스웨인 교수는... 넌 준비되지 않았어. 라는 말과 함께 사라집니다.
그런데 저를 'she'라는 단어로 지칭하네요.
성별을 알려준 적 없는데 시화라는 이름에서 여성이라는 추측을 한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에 대해 아무 설정을 만드는 모습.
기만 특성에 대한 얘기도 없었고,
상식적으로 마법사라는 클래스에선 보통 기만을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여튼 그렇다치고... (그럼에도 성공이야 할 수 있으니까)
결과를 출력해줍니다.
저는 학교의 관심을 끌었고, 콕스웨인은 사라졌으며
아까의 봉인은 가까운 곳에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개체 '동전'도 추가됐어요.
봉인을 잊지않고 기억하고 있는 것도 좋고,
동전으로 새 사건의 단서를 암시하는 건 재밌네요.
그러나 알바아니고 사라진 콕스웨인이 어디로 갔는지 저는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신비로운 센싱이 발동해서 콕스웨인을 찾아주는 멋진 장면을 묘사해주는 쥐피티.
내가 그런 능력이 있었는지는 별로 안중요하고, 지금 있다고 하면 있는 거임.
이후에 봉인도 열어보긴 했지만, 봉인에 적힌 사항ㅡ
대충 새로운 미션을 줄테니, 언제까지 약속한 장소로 오라는 것.
을 무시하고 집에 가서 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과정에 황동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이라던가,
앞서 나온 소재들에 대한 일관된 환경을 답해주긴 했습니다.
잠을 잔다는 대목에선 꿈을 묘사해주고, 프롤로그 챕터의 끝을 선언하는 쥐피티.
끝까지 동전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림.
근데 여기까진 뭐. 평범하게 있을법한 내용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진짜 황당한 뇌절은 전투씬에 있었습니다.
7. 어디까지 뇌절할 셈이냐
곧바로 깨어나 밝은 마법의 흐름을 쫒아 콕스웨인을 죽였다고 선언한 나.
최종 전투에 진입하긴 했지만 즉시 죽이도록 냅두진 않았습니다.
딱히 맥락도 없고 콕스웨인을 만나는 과정에 대한 트라이도 없다는게 아쉽.
전투에 진입해보겠습니다.
마법사 답게 대거로 콕스웨인 다리를 찌르겠다고 선언합니다.
그걸 또 크리티컬 성공했고...
이번에는 콕스웨인씨의 반격 시도.
뜬금 없이 학교에서 배운 댄스 수업을 응용해 굉장히 아크로바틱한 무브로 회피를 시도했습니다.
성공했고, 노대미지 입니다.
진짜 뇌절 미친놈아.
현란한 움직임에 정신 못차리는 콕스웨인을 이번에는 현란한 조롱으로 멘탈 파괴.
크리티컬 히트.
중간에 혹시 헷갈려하려나 싶어서, His와 Her을 문장에 모두 써봤는데
콕스웨인은 꿋꿋히 남자라고하네요.
그럼 역시 마법사답게 마지막 한방은 묵직한 펀치.
단, 죽이지는 않을 만큼만.
우리 그을음의 마법사는 의식을 잃고 쓰러집니다.
제가 자비를 베풀었기 때문이라고 쥐피티는 설명하네요.
어둠 독서가의 끝.
아니 왜 독서가인가 했더니 앞선 프롬프트에 leader를 reader로 오타냈더니,
그걸 또 그대로 가져와서 그는 어둠을 이끄는자가 아니라 어둠을 읽는 자가 되어있습니다.
간지 나기는 한데 열받아
그래도 여전히 내가 자신의 학생이란 사실을 용케 기억한 콕스웨인.
8. 결론은
인간 마스터가 좀더 재밌네요.
무한히 증식할 것으로 기대되는 쥐피티발 뇌절 설정들...
끊임 없이 이야기를 이어가 주긴 하겠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흥미를 느끼기 어려운 수준으로 번지기 시작하는 듯도.
물론 제안하는대로 가고, 플레이어 스스로 조절한다면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여간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을때 그 행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마스터를 설득하는 과정이라던가, 주어진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파티원들과 고민하는 것이
TRPG의 재미인 것 같은데, 딱히 이 친구에게 그런 재미는 없네요.
요약하자면, 안되는 건 좀 안된다고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