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s*THOUGHTS

왜 성취에는 시간이 드는 거야

ROOT-1 2025. 2. 24. 01:34

피아노를 취미로 가지고 있다
하루 15분에서 많게는 한시간 정도를 연습하는데
거대한 목표로 잡아둔 두 곡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3악장 (월광)과
리스트 편곡의 파가니니 라 캄파넬라인데
물론 대단히 기대를 걸고 있는건 아니고
다시 태어나야 가능할 것 같다고 보고 있다
다른 곡을 외우는 겸사 겸사 앞 뒤로 한마디씩 반복해 연습해 보는 정도다

그런데 어느날 녹턴 1번을 완주하고 기뻐하고 있었는데 이 곡도 제법 어려웠었단 말이지? 그러고 다시 월광을 쳐봤는데 아니? 갑자기 되는 거임
그래서 놀래서 진도를 좀 더 나가봤더니 이제 첫 페이지를 외우고 제법 속도도 나게 됐으며, 심지어 평소 두세번 치면 팔이 아파 못치던 곡이었는데 이 곡만 30분씩 연습해도 참을 만한 통증 수준이 됐다는 것이다

꾸준히하면 안되는건 없는걸까? 이렇게 한마디 한마디 진도를 나가다 보면 언젠가 완주할 지도...

그런데 나는 나의 이 노력을 통한 변화가 너무나도 자랑스러웠지만 사실 어디에 내놓기 부끄러운 성취란 점이 다소 울적해진다
첫페이지... 그래서 뭐? 라는 것이다 완주하기 전까진 곡을 칠 수 있다고 하기 어렵지
아 그래서 비록 3년이나 걸린 성취였지만 대단히 의미는 없었다 자신감만 약간 올라간 정도


하아... 왜 뭔갈 이루어 내는덴 이렇게나 지난한 과정을 견뎌야 하는 걸까
만화 그리기도 그래, 나는 최근 만화를 작업하면서 발전한 내 그림들이 아주 자랑스럽지만
사실 몇권쯤 더 그려내기 전까진 이 만화의 내용은 전달할 수 조차 없다 누가 보고 재밌을 정도도 아니고...
결국 더 그려야 한다는 거고 그것도 벌써 몇년...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할 수 있단 건 나의 아주 큰 자랑거리지... 하지만 정말 지루하고 ... 과정을 견디는게 익숙해서 그런가 그렇게 힘들진 않은데
약간 억하심정이 생기는 정도. 내가 이렇게까지 견뎠는데!! 결과물이 왜이래?! ... 그때 오는 스트레스는 정말 다 뒤집어업고 싶을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