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하면 방대한 분량의 최고의 한국 문학.
후기 조선과 일제강점기, 광복까지 이르는 그 시대를 아주 섬세하게 표현한 역사 자료, 대하소설.
책 좀 읽었다 하는 사람이면 완독을 도전해보기 마련인 챌린지 도서...정도의 인식이지만
나는 최근 여기에 완전히 오타쿠로서 빠져있다.
왜 감히 오타쿠 소설인가
블로그 논문을 작성하며 내 또래 오타쿠 친구들에게 영업할 결심.
1. 여기 물이 얕아...
400여 페이지로 20권이나 되고
전권 e북 22만원이라고 하면 왜인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화산귀환이나 원피스보다는 분량 적을듯?
따악 1부만 읽어보자
2. 대메이저
할머니 할아버지도 다 아는 작품
반면에 혹시 '할머니 그럼 혹시 서희는 아세요?' 라고 물었더니 할머니께서 갑자기 봉순이 부른 심청가를 부르시며 최참판댁 인물 전원 이야기해 주심 이게 MZ오타쿠애니메이션과 토지의 클라스 차이다.
실제로 우리 아빠는 서희 안좋아하는 한국 사람 없다고 주장함.
마이너에 허덕이다 지쳤다면, 한번쯤 전국민이 아는 작품에 발을 디뎌보는게 어떨까.
무려 유명 지상파 방송사에서 드라마가 세 편, 만화 각색, 드라마 촬영지로 현실 관광지까지 조성되어 있는 훌륭한 환경
3. 끝없이 자극적인 설정
이 무슨 인물 관계도란 말이요. 이미 1부에 이런 행태가 벌어지고 있음이다.
용서받지 못하는 사랑과 야반 도주, 지극히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는 불륜, 살인 모의, 질투, 반역...
그러나 그 속에서도 살아 남고자 하는 사람들의 억척같은 이야기, 따뜻한 정, 이해, 포용...
옛날 소설이라고 고고하게 뒷짐지고 서서 하늘천따지 외는 고루한 이야기 아니다.
이거 그냥 아침드라마 마냥 읽어도 재밌다.
용이 이것은 꼬추를 떼라
흥미를 불러일으킬 겸 가볍게 추가 설명을 덧 붙이자면
자손이 귀한 최참판댁의 당주 최치수에겐 둘째부인 별당아씨와의 사이에 외동딸 최서희가 있다.
별당아씨는 구천과 사랑의 도피를 하는데,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서희는 한마리 아기 괴물로 자란다.
귀여워
그러나 알고보면 구천은 어머니 윤씨부인의 사생아이다.
구천(김환)은 윤씨부인이 동학당의 한무리를 이끄는 김개주와의 사이에서 뜻하지 않게 얻게된 아들인데
그렇다면 최치수는 이부 남동생에게 아내를 빼앗긴 것이다.
물론 최치수와 별당아씨 사이에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었느냐면 그러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미의 죄와 구천(김환)의 존재, 그 관계를 희미하게 인식한 최치수로 인한 이부 형제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은 섬찟하다.
그 과정에 윤씨부인이 보이는 감정은 오타쿠의 심장을 더 두근거리게 한다.
김개주와의 관계는 절대 원하지 않던 것이었고 그 자신도 끊임 없이 죄책감에 시달려 사는데 이런... 문장 뭐야?
저기요 이러지 마세요.
스포일러지만, 이미 너무 알려진 사실이라 덧붙이는데,
최지수는 작중 계속해서 양반의 권위를 위협하는 평민에게 상당한 혐오를 나타낸다.
하지만 최서희가 김길상하고 온전히 저 자신의 의지로 결혼한 걸 알면 난리 피우겠지? 킬킬 개웃기다
아니 근데 들어보세요 길상서희가 글쎄
4. '룽'한 취향 저격
오타쿠는 무릇 눈에 뻔히 보이는 선언적인 사실을 바라보는 것 보다는
알듯 말듯 모를듯 말듯한 애매모호함에서 느껴지는 일명 '룽'한 기분을 즐긴다.
사랑에 빠진다는 감각은, 자기 자신을 확장시켜 사랑하는 대상까지 '나'로써 느끼기에 일어나는 일이라 하던가.
작가가 제시한 글은 생각의 뼈가 되고 얼기 설기 엮인 뼈대에 나의 해석을 살로 덧붙여가며 그 작품은 곧 내가 된다.
그 어느 것도 확실하게 선언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그 자신조차 확실히 하지 못할만큼 혼란스럽고 다채로운 번뇌에 빠져있고
그 묘사는 타인의 눈과 입에서 또는 환경음 따위를 통해 감각적으로 표현되는데 그것이 그리 관능적일 수가 없다.
이거 혹시 야설인가?
구천과 별당아씨가 용서받지 못할 사랑으로 쫒겨나 도피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러나 실제로 구천과 별당아씨가 어떤 관계이며, 그들이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가에 대한 묘사는 단한줄도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별당아씨는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이 들의 관계에 대해, 구천의 대사는 단지 이 뿐이다.
애기씨 뫼시고 별당 ... 별당에 가서 놀아라
미치겠네
4. 이거 혹시 야설이냐고
고 박경리 선생님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진 않아서 잘 몰랐는데
「불신시대」를 읽어봤다하는 댄젤이 말해주기를 전혀 성적인 장면이 아닌데
그 묘사가 그렇게 에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것은 토지에서도 나타난다.
이 작가... 정말 보통의 사람이 아닐것이다.
물론 20권 분량의 대하소설을 써낸 지점에서 보통인 사람은 없다.
제정신이 아니야, 이것은 젊은 20-30대 오타쿠 사이에서는 범접 할 수 없는 영역에 이른 존경하는 인물에 대해 반쯤의 질투를 담아 내뱉는 최상급의 칭찬에 가까운 것으로 버르장머리 없이 고 박경리 선생님을 욕되게 할 의도가 있는게 아니라고 덧붙이고 싶군요.
5. 서희 어떻게 안 사랑하는데
이 한마리 아기 괴물을...
작화가 너무 귀여운 만화판 서희
아 진짜 먹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