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 카테고리에 무슨 주제로든 시작을 끊어놔야 할 것 같아서 쓰기 시작해 보는
기도 없는 밤의 여행자, 이하 기밤자에 대한 사소하고 딱히 알 것 없는 몇가지 사실들
더 쓸데 없는 글을 쓰고 싶은데 카테고리가 비어있으니 상당히 부담스러움
1. 제목의 의미
기밤자의 세계에서는, 정확히 말하면 만화의 배경이 되고 있는 도시 라 세라누트에서는,
죽은 모든 것들이 괴물이 되어 도시를 배회하며 살아있는 것들을 뜯어먹는다.
그것을 방지하는 방법 중 (가장 저렴한) 한 가지는 죽은 것의 심장을 망가뜨리는 것이고 인간의 경우 보통 장례 과정에 처리하게 된다.
적당한 조취를 취하지 못하면 결국 괴물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 중 사람이었던 것은 망자,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해서 기도 없는 밤의 여행자라 표현하는 듯 하다.
아마도
일상어는 아닌 모양이다.
시적인 표현으로 일종의 위령 의식에 목적이 있는 것이지
보통은 망자(인간), 괴물, 또는 원본이 유추 가능할 경우 그것의 원래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더 많다.
아마도
2. 괴물이란 좀비인가
아니다! 죽어서 돌아다니는 건 비슷해 보이지만, 물린다고 좀비 마냥 전염이 되는 것이 아니다.
물린 것은 동물에게 물린 상처와 비슷한 처치를 한다.
그 상처의 크기와 감염의 정도도 변이의 진행 상태에 따라 때때로 원본의 것과 비슷할 것이다.
이때 죽은 것은 그 동물이지, 그 동물과 공생하던 미생물이 아니다
괴물이 되어 변한다 한들 그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등장한 망자들이 영 느리게 걸으며, 아무리 대가리가 떨어졌기로서니 말라빠진 리츠에게도 별 해를 끼치지 못한 것은 그러한 이유다.
다소 두려울 지언정 덕분에 일상은 잘 유지되고 있으며,
이런 지저분하고 복잡한 도시에서 흔히 관찰되는 쥐와 그것의 시체 괴물이나 자주 보일 것이다.
마리는 이미 그것을 밟아 죽이는 것 외에 별난 반응을 보이지도 않는다.
결국 이것들이 문제가 되는 데엔 정서적이거나 종교적인 이유가 더 큰 것이다.
물론 지능도 없고 공포도 없이 격렬하게 식이하는 동물은 그 자체로도 부담스러운 존재긴 하지만...
그래서 기밤자의 만화에서 주는 제 1 사건은, 정상적으로 죽지 못한 사람의 사망 경위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가 되었다!
나름 추리 미스터리의 문맥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3. 시간 배경은
모티프는 19세기 초로 설정되어 있지만
이 세계 지구는 우리 지구와 그 반지름, 태양과 거리 등 결국 공전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달력과 시간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레고리력을 쓰지 않는다!
달의 공전 속도도 마찬가지로 다르지만 각각의 자전 속도는 편의상... 같거나 아주 비슷하다.
여하간에 그러한 이유로 세대 별 문명의 발전 양상이 완전히 들어맞지도 않거니와
우리의 1년 1월 1일이 그곳에서 1년 1월 1일인 것도 아니어서 연도가 제법 차이 난다.
1~2권 현재의 라 세라누트는 봄을 바라보고 있는 겨울이다.
4. 공간과 문화적인 배경은
지구보다 작은 반지름을 가진 행성이 있다. 모항성과의 거리가 약간 멀어서 공전 속도가 더 길지만 훌륭하게 골디락스 존* 에 들고, 확실히 태양이 충분히 따뜻한 곳이다.
이 겨울에 마리가 옷을 그렇게 입고도 잘 돌아다니는 것을 보건데.
만화적 허용이라고
그 중에서도 배경이 된 도시 라 세라누트는 삶과 죽음과 관련한
약간 추상적인 개념으로 발전한 애니미즘 + 샤머니즘 신앙이 국교인 국가의 수도이다.
그런만큼 그 신앙의 대상들도 제법 인간적인 영웅의 모습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애니미즘 계열 신앙 특성상 다신교일 것이고,
그렇다면 그만큼 다양한 신앙을 포용하며 일상에의 강제가 덜 할 것 처럼 느껴지지만
이 국교는 개중에서는 까다로운 경향이 있고 작금의 혼란한 상황 속에 신도와 시민들의 불안이 높은 상황이다.
물론 이런 신앙은 우리 한국인들이 복 나간다며 문지방을 밟거나 다리를 떨지 말라는, 대충 그만큼이나 일상적이기 때문에 이들이 느끼는 불편은 딱히 없다.
내가 이 설정들에서 나름 특이하고 매력있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이들의 조상 격 신앙이 달이라는 자연물에 있고 덕분에 태음력을 쓴다는 부분이다!
19세기 유럽풍 모티프를 가지고 태양태음력을 쓰는, 이유 모를 온갖 미신을 믿는 나라라니, 맘에 든다.
물론, 19세기 유럽풍은 내가 너무 좋아하면서도 아주 지루하게 느껴져서 가끔 후회하곤 하지만서도.
5. 케모미미의 정체
이 세계에 '종족'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건 바꿀 마음이 전혀 없는 모든 세계에 대한 굳건한 설정 중 하나인 것으로,
나는 판타지가 으레 가지고 있는 여러 다종족 설정을 시원하게 무시하기로 결심했다.
이 곳에는 엘프도 드워프도 없고, 카짓이나 미코테 같은 이름의 희한한 것들도 서로를 구별하지 않으며 그냥 모두 인간일 뿐이다.
다만 부모를 닮는다는 아주 일반적인 유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유효하며, 특이한 성질에 대해 취향을 가질 수도 있다.
이런 설정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 종족 차별이나 종족 특징적 이야기 재미 없어
- 똑같은 것 밖에 못그리는 나와 내 그림체가 가지고 있는 심각한 결함때문에 이 정도로 실루엣 차이를 두지 않으면 인물 간 구분이 안돼
- 난 그냥 오타쿠니까 케모미미가 그리고 싶어, 그리고 그 케모미미 종류에 한정을 짓고 싶지도 않아
- 메타적으로 우리 눈에는 굉장히 차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중 사람들 눈에는 주근깨가 조금 있다거나, 손톱이 하나 까만색이라거나 수준의 차이 밖에 느껴지지 않는, 단지 우리에겐 만화라는 개념적 레이어를 통하고 있기 때문에 식별 가능할 뿐이라는 철학적 설정이야
정말 알 것 없는 내용이었다!
여기까지, 더 생각이 나면 다른 포스트로 추가로 적어보기로 하겠다.
세계관에 대한 다섯 항목과 함께 첫 창작 카테고리에 영광의 순간을 맞이하며
저녁은 고수를 잔뜩 넣은 타코를 먹어야 겠다고 결심한다.
*골디락스 존 : 생명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건이 갖추어진 우주 영역